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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튀고 돈 빌리고 잠적... '여장 남자' 사기꾼 덜미

 여성으로 완벽하게 변장한 채 전국을 돌며 무전취식과 금전 사기 행각을 벌인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혀 검찰로 넘겨졌다. 이 남성은 주로 고령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접근해 같은 성별인 것처럼 속이며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수십 차례의 사기 전과가 있는 상습범으로,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안기고 있다.

 

29일 경찰 발표에 따르면, 사기 혐의로 구속 송치된 50대 남성 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6개월간 대전, 충남 천안, 경기도 등 최소 3개 이상의 지역을 옮겨 다니며 총 15차례에 걸쳐 사기 범행을 저질렀다. 그가 무전취식하거나 돈을 빌린 뒤 갚지 않고 도주한 피해 금액은 총 570만원 상당에 달한다.

 

A씨의 범행 수법은 매우 치밀하고 대담했다. 그는 170cm 가량의 키에 호리호리한 체격으로, 긴 파마머리 가발을 착용하고 화장 등으로 여성처럼 꾸몄다. 특히 그는 목소리까지 여성처럼 변조하는 등 완벽하게 여성 행세를 했다. 이러한 변장을 이용해 그는 주로 고령의 여성들이 운영하거나 이용하는 식당 등에 접근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70대 이상의 고령 여성들로 파악됐다.

 

A씨는 피해자들에게 마치 같은 성별인 것처럼 친근하게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경계심을 허물었다. 그는 식사를 하거나 잠시 돈이 필요하다며 소액의 금전을 빌린 뒤 그대로 잠적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피해자들이 그를 여성으로 착각하고 경찰에 신고했을 정도로 그의 변장술과 연기는 감쪽같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동부경찰서가 공개한 사진에서도 A씨는 긴 파마머리에 여성 의상을 착용하고 있어 남성임을 알아보기 어렵다.

 


이번 사건은 대전 동구의 한 식당 업주가 A씨에게 무전취식을 당한 후 경찰에 신고하면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신고를 접수한 대전동부경찰서는 해당 식당 주변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하고 A씨의 동선과 인상착의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확보한 CCTV 영상 분석과 탐문 수사, 그리고 과거 유사 사건 기록 대조 등을 통해 A씨의 신원을 특정하고 그의 이동 경로를 끈질기게 추적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는 이미 사기 혐의로 수십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명백한 상습 사기범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최근 사기죄로 복역을 마친 후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이러한 변장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나 더욱 충격을 안겼다. 또한, A씨는 특정한 주거지 없이 전국 각지의 숙박업소 등을 전전하며 경찰의 추적을 피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에게 상습 사기 혐의를 적용해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시민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분이 확실하지 않은 사람과의 금전 거래는 보증 여부와 관계없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유사한 피해를 입었거나 의심스러운 상황을 목격했을 경우 지체 없이 112에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번 사건은 변장을 이용한 신종 사기 수법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이제 정말 시간이 없다" 정동영이 105세 노인에게 한 약속

 차가운 연말, 가족의 의미가 더욱 절실해지는 시기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이산의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고령의 이산가족들을 찾았다. 정 장관은 94세 이상의 고령 이산가족 중 기초생활수급자 100명을 대상으로 위로의 메시지가 담긴 연하장과 소정의 위로물품을 전달하며 정부의 따뜻한 관심을 표했다. 이는 단순한 연말 인사를 넘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1세대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의 표현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위로 방문의 정점은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105세의 김봉환 어르신 댁을 직접 찾은 것으로, 잊혀 가는 이산가족 문제의 현실을 직접 듣고 해결 의지를 다지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정 장관을 맞이한 105세의 김봉환 어르신은 7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가슴속에만 묻어두었던 한평생의 염원을 어렵게 꺼내놓았다. 한국전쟁 당시 북녘의 고향에 부모와 형제자매를 모두 두고 온 그는, 이제 다시 만나는 것은 바라지도 않으니 죽기 전에 헤어진 동생들이 살아는 있는지, 그 생사라도 확인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100세를 훌쩍 넘긴 노인의 목소리에는 분단이 한 개인의 삶을 얼마나 깊고 아프게 할퀴었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는 수많은 1세대 이산가족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마지막 소원이자,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절박해지는 인도적 현안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가슴 아픈 장면이었다.김 어르신의 절박한 호소를 경청한 정동영 장관은 "대부분의 이산가족이 고령이신 만큼, 우리에게는 정말 시간이 없다"고 깊이 공감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드러냈다. 그는 단순히 위로의 말을 건네는 데 그치지 않고, 남북대화를 포함한 모든 가능한 방안을 총동원하여 이산가족의 생사확인과 상봉 등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도 이산가족 문제만큼은 최우선으로 다루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이산가족들에게 작은 위로와 기대를 안겨주었다.통일부는 이러한 장관의 약속을 뒷받침하기 위한 구체적인 사업 계획도 함께 밝혔다. 매년 음력 8월 13일을 '이산가족의 날'로 기념하고, 이산가족 초청 위로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등 이산의 아픔을 위로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는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다. 또한, 남북 교류가 재개될 때를 대비해 유전자 검사 사업을 확대하고, 만날 수 없는 가족에게 마음이라도 전할 수 있도록 영상편지 제작 사업도 꾸준히 추진한다. 특히 내년부터는 '이산가족 생애기록물 수집 및 디지털화 사업'을 새롭게 시작한다. 이는 1세대 이산가족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 그들의 아픈 역사와 가족에 대한 기억을 디지털로 기록하고 영구히 보존하는 사업으로, 더 늦기 전에 분단의 비극을 역사적 기록으로 남기려는 정부의 다급한 노력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