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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도 이제 '빨리빨리'? 시간 싸움 시작된 바둑판

 스포츠의 핵심 흥행 요소 중 하나인 '속도'가 '고요한 전쟁'으로 불리는 바둑판 위에도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장시간 심사숙고하며 다음 수를 계산하던 기사들이 이제는 제한시간에 쫓겨 빠르게 돌을 놓아야 하는 진풍경이 일상화되고 있다.

 

과거 며칠에 걸쳐 대국이 진행되기도 했던 바둑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속도 경쟁에 합류했다. 한국기원은 3년 전 '피셔룰'이라는 새로운 대국 방식을 도입했다. 이는 대국 시작 시 양측에 동일한 '제한시간'을 부여하고, 각자 돌을 한 번 놓을 때마다 일정 '추가시간'을 더해주는 방식이다. 도입 초기에는 제한시간이 최대 40분, 추가시간이 최대 20초로 설정되었다.

 

하지만 한국기원은 올 정규리그부터 이 시간을 대폭 줄였다. 이제 처음 주어지는 제한시간은 단 1분이며, 돌을 놓을 때마다 추가되는 시간은 10초다. 특히 마지막 10초가 남았을 때는 기계음으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어 선수들을 더욱 압박한다. 이는 기사들이 더 빨리 수를 결정하고 돌을 놓을수록 수 계산에 활용할 수 있는 총 시간이 늘어나도록 유도하여, 경기 지연을 막고 대국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려는 의도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선수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한국 바둑의 간판 신진서 9단은 "재미도 굉장히 필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변화가 필요하다"며 "그런 변화들이 나쁘지 않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지현 9단은 강화된 속도전에 적응하기 위해 "평소 운동을 많이 하고 책도 자주 읽으려 하며 사색도 하는 등 멘탈 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혀, 단순히 기력뿐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준비가 중요해졌음을 시사했다.

 

다만 한국이 피셔룰을 가장 먼저, 그리고 공격적으로 도입한 국가인 만큼 국제기전을 개최할 경우 외국 선수들이 새로운 방식에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과거 중국의 커제 9단이 한국기원의 '사석 관리' 규정에 반발해 대국을 포기하고 이후 한국 주최 기전에 불참했던 사례처럼, 규칙 차이가 국제적인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화된 피셔룰이 흑과 백의 치열한 장기전이 펼쳐지던 바둑판 위에 새로운 속도와 리듬을 불어넣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한국 바둑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국제적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정에 대한 국가 간의 긴밀한 소통과 합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2%대 뚫은 자퇴 곡선… 강남3구서 '정시 직항' 탑승 늘었다

 서울 강남구·서초구·송파구(이른바 '강남3구') 일반고에서 공교육을 중도 이탈하는 비율이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서며, 상위권 일부 학생들의 ‘자퇴 → 검정고시 → 수능 정시’ 진입 경로가 구조화되는 것 아니냐는 교육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한국교육개발원 집계에 따르면 2024년(잠정) 강남구와 서초구 일반고 학업중단율은 각각 2.7%, 송파구는 2.1%로 집계됐다. 단순 수치로 보면 재학생 100명당 두세 명이 정규 고교 과정을 떠난 셈이다. 학업중단율은 자퇴·미인정 장기결석·퇴학 등을 포함하는 지표다.상승 곡선도 뚜렷하다. 강남구는 2021년 1.4%에서 2022년 1.9%, 2023년 2.2%, 2024년 2.7%로 3년 연속 상승했고, 서초구는 2021년 1.3% → 2022년 2.4%로 급등한 뒤 2023년 1.8%로 숨 고르기를 했지만 2024년 다시 2.7%로 뛰었다. 송파구 역시 2021년 1.0%, 2022년 1.6% 이후 2023·2024년 2.1%를 연속 기록하며 2%대에 안착했다. 한 교육전문가는 “상승 초입이 아니라 ‘수준 전환(level shift)’을 의심할 구간”이라고 평가했다.배경으로는 입시 구조 변화, 특히 수도권 주요 대학의 정시 비중 확대가 거론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사례 등으로 수시 전형 공정성 논란이 커진 뒤 정시 선발 비율이 상향되는 정책 방향이 이어지면서, 서울 주요 대학 상당수가 실질적으로 합격자의 절반 안팎을 수능 중심 전형에서 채우는 구조가 정착했다는 것이 현장 진단이다. 이 과정에서 내신에서 이미 손실을 본 상위권 일부 학생이 ‘학교 수업 시간 유지’보다 ‘정시 집중 전환’이 효율적이라는 계산을 하게 되고, 그 극단적 선택이 조기 자퇴 후 검정고시 합격과 대형 입시 학원 커리큘럼 결합이라는 설명이다. 학원·컨설팅·스터디 공간이 밀집한 강남3구의 사교육 인프라가 이러한 전략 전환의 하방 위험(리스크)을 낮춰 ‘기회비용’ 재평가가 빠르게 진행된다는 분석도 있다. 현장에서는 이들을 속칭 ‘정시 파이터’라 부른다.이 같은 흐름을 시사하는 간접 지표로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신입생 중 검정고시 출신 증가가 지목된다. 올해 3개 대학 신입생 가운데 검정고시 경로로 입학한 인원은 259명으로 전년 대비 37% 늘어 최근 8년 사이 최다였다. 절대 규모가 전체 입학생 대비 아직 크지 않더라도 증가율·최고치 갱신 자체가 신호라는 것이다.제도적 요인으로는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과 함께 적용되는 5등급 내신 체계가 거론된다. 상위 10%를 확보하지 못하면 곧바로 11~34% 구간인 2등급으로 분류되는 구조에서 학생·가정이 체감하는 ‘위치 하락 폭’이 커져 조기 전략 수정(자퇴 포함) 압박이 커졌다는 진단이다. 기존 9등급 체계 대비 중상위권 세분화가 약화되면서 반등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고, 오히려 외부(사교육·독학) 전환 비용-편익 계산이 유리하게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상위권이라도 전 과목 1등급을 확보하지 못하면 전략 수정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며 "자퇴 증가는 고교 교육 공동체 약화를 불러올 수 있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5등급 체계 하에서 '1등급 잔류 vs 2등급 전락' 경계의 심리적 부담을 완화할 보정 장치와, 학교 내 즉각적 심화·보충 트랙 가동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