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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걷기 속도만 바꿔도 심장질환 43% 뚝

 심장은 우리 몸의 엔진과도 같다. 이런 심장이 고장나면 생명에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사망 원인 중 심장질환은 암 다음으로 높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가장 흔한 심장질환 중 하나로 꼽히는 ‘부정맥’은 뇌졸중과 돌연사의 주요 원인으로, 예방과 관리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를 예방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있다면 다름 아닌 ‘걷기’, 그중에서도 ‘빠르게 걷기’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걷는 속도는 단순한 운동 강도를 넘어 심장 건강, 특히 부정맥 예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중국 푸단대학, 스코틀랜드 및 칠레 공동 연구진이 42만여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빠르게 걷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 박동 이상 발생률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영국 의학 저널(BMJ)의 심장 전문 학술지 ‘Heart’에 실렸다.

 

연구는 영국 바이오뱅크에서 수집된 약 50만 명의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이 중 42만925명을 걷는 속도에 따라 ▲느리게 걷기(시속 4.8km 미만), ▲보통 속도(시속 4.8~6.4km), ▲빠르게 걷기(시속 6.4km 이상)로 분류해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들의 생활 습관, 신체 지표, 질병 이력, 운동량 등을 종합적으로 조정하여 걷기 속도와 부정맥 간의 상관관계를 살폈다.

 

14년에 걸친 추적 관찰 결과, 전체 조사 대상자의 8.7%에 해당하는 약 3만6574명이 부정맥을 경험했다. 이들 중 빠르게 걷는 사람은 느리게 걷는 사람에 비해 부정맥 위험이 무려 43% 낮았다. 보통 속도로 걷는 사람도 35% 낮은 위험률을 보였다. 특히 이같은 효과는 심방세동, 빈맥, 서맥 등 거의 모든 부정맥 유형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이 연구의 신뢰도는 높은 수준이다. 주관적인 보고에 의존한 기존 연구들과 달리, 이번 연구에서는 약 8만1956명에게 일주일간 활동량 측정기를 착용하게 해 걷는 속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했다. 그 결과 역시 동일했다. 보통 혹은 빠르게 걷는 시간이 길수록 부정맥 위험이 유의하게 감소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의 원인을 신진대사 요인과 염증 수준에서 찾았다. 빠르게 걷는 사람의 경우 체질량지수(BMI)가 낮고, 염증 수치도 낮은 경향이 있었으며, 이는 부정맥 예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부정맥 위험 감소 효과의 약 35%는 이 신진대사 및 염증 조절 덕분이었다고 분석된다. 그 중 BMI는 전체 보호 효과의 32.8%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적인 변수였다.

 

더불어 걷기의 보호 효과는 ▲여성 ▲60세 미만 ▲비만이 아닌 사람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더욱 두드러졌다. 이는 걷기가 단순한 유산소 운동을 넘어, 심장 리듬 안정과 심혈관 건강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유익한 방법임을 방증한다.

 

연구를 이끈 연구진은 “보통 또는 빠르게 걷는 것이 대사 및 염증 경로를 통해 심장 부정맥의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고위험군에게 있어 빠르게 걷기가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심장 보호 운동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건강 상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빠르게 걷는 것은 비용도 들지 않고 특별한 장비나 장소도 필요치 않다.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가장 효율적인 심장 보호 습관이라는 점에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예방적 건강 전략이다.

 

처음부터 시속 6.4km의 빠른 속도로 걷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자신의 체력과 건강 상태에 맞게 중간중간 빠른 걸음을 섞는 식으로 천천히 훈련해 나가도 좋다. 꾸준한 실천을 통해 걷는 거리와 속도를 점차 늘리면, 어느새 심장 건강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걷기 처방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유료', 한국은 '무료'…넷플릭스 WBC 중계권 독점에 '민심 폭발'

 글로벌 OTT 공룡 넷플릭스가 일본 야구계에 거대한 폭탄을 투하했다. 2026년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일본 내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것이다. 이는 특정 국가대표팀의 경기를 넷플릭스가 독점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안방에서 지상파 채널을 통해 '공짜'로 경기를 즐겨온 일본 야구팬들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일부 언론은 이를 19세기 미국의 함대가 일본을 강제 개항시킨 '흑선(黒船)의 침략'에 비유하며 격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6일, WBC를 주관하는 MLB 사무국이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였다. MLB는 "넷플릭스가 2026년 WBC의 새로운 '홈'이 된다"고 공식 발표하며, "넷플릭스는 일본 시청자들에게 처음으로 WBC 생중계를 제공하며, 야구계 최고 권위의 국제 대회에 대한 탁월한 접근성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탁월한 접근성'이라는 포장과 달리, 이는 사실상 유료 구독자에게만 시청을 허락하겠다는 선언이었다.야구는 일본에서 단순한 스포츠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특히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의 등장은 WBC를 국민적 축제로 만들었다. 실제로 2023년 WBC 당시 오타니가 등판한 이탈리아와의 8강전은 평균 가구 시청률 48%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일본 대표팀의 7경기는 모두 시청률 40%를 넘겼고, 인터넷 중계를 포함한 모든 매체의 시청률은 약 75%에 달했다. 전 국민의 4분의 3이 지켜본 '국민 행사'가 하루아침에 유료 구독 서비스의 독점 콘텐츠로 전락한 것이다.넷플릭스가 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손에 넣기 위해 1억 달러(약 1400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베팅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일본 지상파 방송사들은 입찰 경쟁에서 속수무책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넷플릭스의 이런 파격적인 행보는 단순히 일본 내 구독자를 늘리려는 전략을 넘어, 광고 기반의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려는 '파괴적인 변화'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일본 대중의 반발은 거세다. 2023년 WBC의 일본 경기 메인 스폰서였던 딥 주식회사마저 "많은 사람들이 WBC를 부담 없이 즐길 기회가 박탈될 가능성이 있다"며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하는 성명을 발표할 정도다.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에서 넷플릭스가 WBC를 독점하는 일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방송법에 명시된 '보편적 시청권' 조항 때문이다. 이 법은 올림픽, 월드컵, 그리고 WBC처럼 국민적 관심이 큰 스포츠 이벤트는 국민 대다수가 시청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WBC의 경우, 전체 가구의 75% 이상이 시청할 수 있는 방송 수단을 확보해야 하므로 OTT 단독 중계는 원천적으로 차단된다.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넷플릭스의 '일본 침공'이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라고 경고한다. 숙명여대 도준호 교수는 "OTT가 라이브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하는 것은 굉장히 전략적인 결정"이라며, "보편적 시청권 보장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애매한 영역'의 대회들은 앞으로 OTT의 입찰 경쟁 무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넷플릭스가 로컬 중계권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이상, 일본에서 시작된 '중계권 전쟁'이 언제 다른 나라, 다른 종목으로 번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