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푸틴, 젤렌스키에 ‘1:1 회담’ 제안..개전 후 처음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위한 2차 평화협상이 주요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핵심 협상 대표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불참을 결정하고,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시한 종전안을 거부하면서 협상의 전망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보도에서, 루비오 장관이 런던에서 열리는 후속 평화 협상에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회담은 앞서 파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서방국 협상의 연장선에 있으며, 미국 측에서는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 특사가 대신 참석할 예정이다. 루비오 장관은 파리 회담에는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후 “이 노력이 몇 주, 몇 달 동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재 과정에 대한 피로감을 표출했다.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은 미국이 제시한 종전안이다. 해당 안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사실상 인정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한다는 조건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안은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전략 중 하나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반응은 단호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는 크림반도 점령을 절대적으로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문제는 대화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는 헌법에도 어긋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민간 인프라 공격이 중단된다면 어떤 대화든 가능하다”고 여지를 남겼지만, 크림 관련 사안만큼은 선을 그었다.

 

러시아 측도 이례적으로 대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1일 국영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어떠한 평화 제안에도 긍정적으로 열려 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직접 회담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2022년 전면 침공 이후 처음으로 푸틴이 정상급 대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며, 전쟁 발발 초기의 협상이 실질적 결과 없이 끝난 후 새로운 시도다.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 역시 “우리는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불가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들었고, 이는 러시아 입장과 일치한다”며 미국의 제안 일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평화 해법은 공개적으로 논의될 수 없으며, 비공개 방식이 필수”라며, 다른 조건들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과 우크라이나에 제시한 협상안에는 크림반도 문제 외에도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미국 감독, 우크라이나의 중립화 조항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에 동시에 접근하며 종전을 주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런던 회담에 앞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통화하며 “우크라이나는 분쟁을 종식하기 위한 건설적 논의에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런던 회담에 직접 참석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반면 러시아 측 협상 대표인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의 참석 여부는 불투명하며, 현재 모스크바 방문 일정을 조율 중이다.

 

이번 협상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또 하나의 변수는 푸틴 대통령이 부활절을 맞아 30시간의 일방적 휴전을 선언한 점이다. 이는 미국의 중재 노력을 견제하면서도, 동시에 젤렌스키 정권에 대화를 촉구하는 압박 카드로 해석된다. 양측은 여전히 서로가 휴전 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공격 강도가 실제로 줄어든 점을 인정했다.

 

한편, 루비오 장관의 회담 불참 배경을 놓고 외교적 해석도 분분하다. 국무부 대변인 태미 브루스는 “일정상의 문제일 뿐이며, 회담에 대한 부정적 메시지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NYT는 이 불참이 미국 주도의 협상 구조에 상징적 타격을 줄 수 있으며, 유럽의 독자적 외교노선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종전 협상이 급물살을 탈지, 아니면 또 다른 교착상태에 빠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미국과 유럽, 그리고 러시아가 본격적인 협상 국면에 들어섰고, 이는 3년째 이어진 전쟁에 실질적인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SK그룹의 '자식 구하기' 혈투... 이번엔 SK에코플랜트에 4,800억 '수혈'

 SK그룹이 또 한 번의 대규모 사업 재편을 단행했다. 이번에는 SK에코플랜트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수혈 작전'이 핵심이다. SK㈜는 13일, 전날 이사회에서 SK머티리얼즈 산하 반도체 소재 자회사 4곳을 SK에코플랜트로 편입하는 사업구조개편안을 의결했다고 발표했다.이번 결정으로 SK트리켐(지분 65%), SK레조낙(51%),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51%)는 SK㈜의 현물 출자 방식으로,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100%)는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SK에코플랜트 산하로 들어가게 된다. 이를 통해 약 4,800억 원 규모의 자본이 SK에코플랜트에 투입되는 효과가 발생한다.편입되는 4개 회사는 모두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과 밀접한 소재 기업들이다. SK트리켐은 반도체 제조용 전구체, SK레조낙은 식각 가스,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는 OLED 소재,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는 반도체 포토 소재를 생산하는 전문 기업들이다. SK㈜ 측은 "SK에코플랜트가 기존 반도체 EPC 사업과 리사이클링 사업에 소재 분야까지 더해 반도체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는 성장 스토리를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러나 재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SK에코플랜트의 IPO를 위한 '생존 전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프리 IPO로 1조 원의 자금을 유치하면서 2026년까지 상장을 약속했다. 만약 이 기한을 지키지 못할 경우, 수천억 원의 위약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SK에코플랜트의 독자 상장이 어렵다고 판단한 SK그룹이 '고육지책'으로 우량 자회사들을 떼어내 SK에코플랜트에 붙이는 형태의 구조조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사실 이는 처음이 아니다. SK㈜는 지난해에도 반도체 가공·유통사 에센코어와 산업용 가스 제조업체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SK에코플랜트에 편입시켜 재무 건전성을 보강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이번에는 SK C&C가 보유한 30MW 규모의 판교 데이터센터를 SK브로드밴드에 약 5,000억 원에 매각하는 결정도 내렸다.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도로 진행되는 이러한 일련의 리밸런싱은 지난해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에 이은 두 번째 대규모 사업재편이다. 당시 합병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 부진으로 고전하는 SK온을 살리기 위한 조치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SK온은 지난해 3분기에 11분기 만에 흑자를 기록했으나 곧바로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다시 각각 3,594억 원, 2,99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SK그룹은 이처럼 그룹 내 주요 자회사들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과감한 구조조정을 이어가고 있다. SK㈜ 관계자는 "중복 사업은 과감하게 통합하고 시너지를 도출해 자회사 지분 가치를 끌어올림으로써 지주사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목표"라며 "앞으로도 자회사 성장을 주도하고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는 지주사 본연의 역할을 적극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