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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활용은 능력 vs 꼼수…챗GPT 시대, '일 잘하는 법' 둘러싼 직장 내전

 "요즘 직원들은 고생을 안 하려 한다", "쉬운 길로만 가려 한다"는 은근한 핀잔부터, 회식 자리에서 터져 나온 "당신은 업무 날로 먹으려고 하잖아, 그거 다 네 실력 아니잖아"라는 직격탄까지. 보안 엔지니어 A씨가 비즈니스 네트워크 서비스 '리멤버'에 올린 하소연은 순식간에 1만2000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직장인들의 뜨거운 공감을 얻었다. A씨의 '죄'는 단 하나, 업무 효율을 위해 챗GPT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A씨는 외부 법령 및 뉴스 기사 분석, 영어 문서 교정, 이메일 및 보고서 작성 등 다양한 업무에 챗GPT를 도입했다. 그 결과 2시간 30분 가까이 걸리던 작업이 단 30분으로 단축되는 놀라운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이러한 '효율성 극대화'는 일부 동료에게는 '꼼수'로 비춰졌고, 급기야 '노력 없이 성과를 가로챈다'는 비난으로 돌아왔다. A씨는 "챗GPT를 쓰면 안 되는 것인지 고민스럽다"며 혼란스러운 심경을 토로했다.

 

하지만 A씨의 이야기는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넘어, AI 시대에 '일 잘함'의 기준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변화가 직장 내 세대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실제로 많은 직장인은 이미 AI를 업무의 필수 도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커리어 플랫폼 잡플래닛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7명 이상(78.9%)이 일상생활보다 회사에서 챗GPT를 더 자주 사용한다고 답했다. 글 작성·요약(40.1%), 아이디어 기획·정보 탐색(28.4%), 코드 생성 등 기술 작업(24.8%) 등 활용 범위도 다양하다.

 


더욱 주목할 점은 직장인 대다수가 AI 활용 능력을 핵심 역량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응답자의 무려 91.1%가 'AI를 잘 활용하는 것도 업무 능력 중 일부'라고 답했으며, 57.6%는 AI로 인해 자신의 직업이 위협받기보다 오히려 역량 강화의 기회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의 '노력 투입 시간'이나 '손으로 직접 하는 작업' 중심의 업무 평가 방식이, 'AI 도구를 활용한 효율성과 결과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에서도 전문·관리직(53%)과 사무직(50.7%) 등 지식 노동 직군에서 생성형 AI 경험률이 두드러지게 높게 나타나, AI가 특정 직무에서는 이미 필수적인 도구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김태훈 서강대 메타버스대학원 교수는 "AI 사용은 업무 효율 격차를 크게 벌리기 때문에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AI 활용을 '너의 능력이 아니다'라고 평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데이터 유출 우려 등 현실적인 문제점은 보안 강화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 AI 자체를 거부할 이유는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일부 기업 관리자들은 이미 AI 툴 사용을 적극 권장하며 생산성 혁신을 꾀하고 있다. 이는 AI 활용 능력이 부족한 인력에게는 '무언의 경고'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교수는 "국내 IT 기업들이 초급 개발자 채용을 줄이고 AI로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효율이 떨어지는 인력은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A씨의 사례는 개인의 고충을 넘어, AI가 촉발한 '일의 방식' 변화 속에서 발생하는 직장 문화의 충돌과 새로운 역량 기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함을 보여주고 있다. AI를 도구로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능력이 개인과 조직의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김문수, 성차별 발언 도마 위..‘미스 가락시장’ 발언 논란

 제21대 대통령 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첫날,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의 성차별적 발언이 정치권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아침 식사를 하던 중, 같은 당 배현진 의원에게 ‘미스 가락시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사실상 외모를 홍보 수단으로 언급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김 후보는 이날 “시장에도 다른 것보다 홍보대사가 한 분 계시면 홍보가 많이 된다”며 “배현진 의원 같은 분이, 여기 배현진 의원은 미스 가락시장 좀 뽑았으면. 홍보대사로”라고 말했다. 이어 배 의원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는 동작도 덧붙였다. 상인이 “(배 의원이 시장에) 자주 온다”고 답하자 김 후보는 손으로 임명장을 그리는 제스처를 하며 “상인회에서 배현진 의원을 가락시장 홍보대사로 임명장 하나 (주시라)”고 덧붙였다. 이에 배 의원은 웃으며 “시켜주시면 감사한데”라고 답했다. 김 후보는 이어 “지역에 다녀도 나는 안 보고 배현진 의원만 많이 봐”라며 배 의원의 외모를 부각하는 발언을 반복했다.이 같은 발언은 빠르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며 성차별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X(옛 트위터) 등에서는 “다선 여성 국회의원도 ‘미스 가락시장’ 취급을 받는다”, “1980~90년대 사고방식이다”, “2025년에 사람의 됨됨이를 이보다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표현이 있을까”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쭉쭉빵빵, 춘향이 XXX 발언이 생각난다”, “아직도 안 변했다”는 등 과거 김 후보의 막말 전력을 지적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정치권의 반응도 즉각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김 후보의 ‘미스 가락시장’ 망언은 여성을 장식품으로 여기는 차별적 여성관이 몸에 배어 있음을 보여준다”며 “봉건 시대에나 있을 법한 여성관을 가진 사람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코미디”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김 후보는 즉각 사과하고 언행을 자중해야 한다”며 “성평등 인식을 새로 정립하고 국민 앞에 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김문수 후보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민주당이 공개한 ‘김문수 망언집’에 따르면, 그는 2010년 서울대 강연에서 “소녀시대는 쭉쭉빵빵이다”, 2011년에는 “춘향전이 뭡니까? 변 사또가 춘향이 XXX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라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2018년 서울시장 후보 시절에도 “여성은 매일 씻고 다듬고 피트니스도 해야 한다”는 외모 중심 발언을 했고, 동성애를 ‘담배보다 해롭다’, ‘에이즈 감염과 출산 문제의 원인’으로 규정하며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도 한 바 있다. 2023년에도 청년 콘서트에서 “젊은이들이 개만 사랑하고 결혼도 안 하고 애를 안 낳는다”고 말해 시대착오적 인식 논란을 일으켰다.이번 발언이 논란이 된 12일, 공교롭게도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의 ‘출산 가산점’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의원은 한 유권자의 항의 문자에 “여성은 출산 가산점과 군 가산점이 있을 것”이라고 회신해 젠더 역차별 논란을 야기했고, 결국 선대위 유세본부 부본부장직을 사퇴했다. 민주당은 출산 가산점제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즉각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다.이에 반해 국민의힘은 김문수 후보의 ‘미스 가락시장’ 발언에 대해 해명보다는 해석의 문제로 선을 그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4일 브리핑을 통해 “시장이라는 장소적 특성을 고려한 발언으로 성차별을 의식한 것이 아니다”라며 “전체 맥락을 보면 진의가 왜곡됐다”고 주장했다.여야 후보 모두 성차별적 언행으로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조기 대선 정국에서 유권자들의 성인지 감수성과 젠더 의식을 무시한 발언은 치명적인 설화로 번지고 있다. 짧은 선거 일정 속에서 각 당은 설화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일부 인사의 구시대적 인식이 선거판 전체의 흐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