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모아

혼자 사는 40~60대 남성, 자살 위험 5배↑


한국의 중·장년 독거 남성 가운데 우울증과 불안을 동시에 겪는 이들의 자살 위험이 일반 인구에 비해 최대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균관대학교, 숭실대학교, 독일 베를린 샤리테 의과대학 공동 연구팀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미국 의사협회 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에 최근 발표했다.이번 연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종합건강검진에 참여한 20세 이상 한국 성인 376만 4279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연구진은 2009년을 기준으로 동거 여부와 정신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이후 2021년까지 약 12년간 자살 사망 여부를 추적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자료가 불완전하거나 조사 시작 후 1년 내 자살한 사람들은 분석에서 제외됐다.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47.2세였고, 이 중 여성은 44.2%, 남성은 55.8%를 차지했다. 전체 참가자의 91.5%는 가족 등과 함께 살고 있었으며, 나머지 8.5%인 약 32만 명이 독거 상태였다. 독거 여부는 5년 이상 혼자 살고 있는 국가 등록 기록을 기준으로 판단했다. 우울증과 불안 여부는 건강보험 청구 데이터를 통해 전년도 진단 기록을 확인했고, 자살 사망 여부는 국가 사망 통계 자료로 파악했다.

 

연구에 따르면, 독거 상태에서 우울증과 불안을 모두 겪는 이들의 자살 위험은 이들 질환이 없고 함께 사는 사람에 비해 무려 558%나 높았다. 이는 단일 질환을 앓는 경우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다. 예컨대, 우울증만 있는 독거인의 자살 위험은 290% 증가했고, 불안만 있는 경우에도 90% 상승했다. 심지어 정신 질환이 없더라도 혼자 사는 것만으로도 자살 위험은 44%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동거 중이더라도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 자살 위험은 198% 증가했으며, 불안만 있을 경우에도 64%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정신 건강 문제의 유무가 자살 위험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독거라는 생활 방식이 그러한 위험을 추가로 증폭시킨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자살 위험이 가장 높은 집단은 40세에서 64세 사이의 중·장년 남성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을 가진 독거 남성의 경우 자살 위험은 332% 증가했고, 같은 연령대 독거 성인의 경우 위험도는 502% 증가해 전체 참가자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연구진은 중년 남성의 자살 위험이 높은 배경에는 사회적 역할 상실, 은퇴, 경제적 부담, 외로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우울증과 불안을 모두 가진 사람들, 특히 중·장년 독거 남성의 경우 자살 위험이 매우 높다”며 “거주 환경을 고려한 표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정신 질환 치료에 그치지 않고, 독거 상태로 인한 사회적 고립이나 정서적 단절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적·사회적 접근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연구는 정신 질환을 겪으며 혼자 사는 것이 생물학적으로도 자살 위험을 높이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연구진은 사회적 고립이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PA axis)의 기능을 교란시키고, 전신 염증을 유발해 우울증과 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절망감이나 자살 충동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단순히 정신적 문제가 아니라 생리학적 문제로도 접근해야 한다는 경고다.

 

한편 한국은 2003년 이후 2023년까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 중이다. 2023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는 24.1명으로, 이는 전 세계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독거 중년층 남성을 중심으로 정신 건강 문제와 자살 예방 대책이 보다 정교하고 세밀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구 결과는 한국 사회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의 정신 건강과 관련 정책에 중요한 함의를 던진다. 전체 가구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1인 가구는 더 이상 주변적인 사회 현상이 아니다. 연구진은 “1인 가구 증가와 고립은 단순한 개인의 삶의 방식이 아니라 공중보건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조기 개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대선주조, 부산에서마저 왕좌 빼앗겨...하이트진로의 '소주 전국 석권' 완성

 지역 소주업계가 대기업의 강력한 마케팅 공세에 몰려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올해 상반기, 지역 소주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부산마저 함락되면서 전국 어디에서도 지역 소주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곳이 없어졌다.주류업계에 따르면 부산 지역 소주인 대선주조의 올해 1~6월 부산 시장 점유율은 30%에 그쳤다. 반면 전국구 소주 하이트진로는 38%를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해만 해도 대선주조가 40%, 하이트진로가 35%로 지역 소주가 우위를 점했던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대선주조가 부산에서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00년대 후반 푸르밀이 대선주조를 인수한 후 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며 지역 민심을 잃었고, 경남 기반의 무학 '좋은데이'에 시장을 내준 적이 있었다. 그러나 2017년 '대선' 소주를 재출시하며 돌풍을 일으킨 이후 줄곧 지역 1위를 지켜왔다.부산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국 각지의 지역 소주 중 유일하게 대기업에 점유율 1위를 내주지 않은 마지막 보루였다. 제주 한라산, 경남 좋은데이, 전남 보해양조, 대구·경북 금복주, 대전·충남 선양 등은 이미 하이트진로에 1위 자리를 내준 상태였다.현재 국내 소주시장은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두 대기업이 시장 점유율 약 80%를 장악하고 있으며, 유흥 시장까지 포함하면 90%에 육박한다. 특히 하이트진로는 이제 전국 모든 지역에서 1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업계에서는 이들 대기업이 저도주와 고급 증류식 소주 등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추세여서 '1강 1중 다약' 체제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지역 소주의 위기는 젊은 층들이 지역 소주를 특별히 선호하지 않는 소비 트렌드 변화와 대기업들의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 마케팅 때문이다. 지난해 하이트진로는 1840억 원, 롯데칠성음료는 1265억 원의 광고비를 집행했다. 이는 대선주조의 지난해 매출액 519억 원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마케팅과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 주류 시장에서 지역 소주업체들은 재정적 한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무학소주는 2023년 64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496억 원으로 100억 원 이상 감소했다. 제주 한라산은 지난해 1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대부분의 지역 소주들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주류업계 관계자는 "소주 소비는 브랜드와 이미지가 중요해 마케팅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지역 소주들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마케팅 비용 부담이 더욱 커졌다. 지역 소주의 위기는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한편, 대선주조는 부산 지역 시장 점유율 1위 탈환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홍성 대표는 "최근 대표 제품인 대선, C1 소주를 리뉴얼하고 젊은 층 입맛 공략에 나서고 있다"며 "지역 사회와 호흡하며 대선주조의 가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