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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충청서 ‘행정·과학 수도화’ 승부수 띄워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의 첫 순회 지역인 충청권 경선을 앞두고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선후보가 충청 지역 공략에 본격 나섰다. 이 후보는 17일 자신의 SNS를 통해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심장, 충청을 행정·과학 수도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세종, 대전, 충북, 충남 등 각 지역별 맞춤형 공약을 발표했다. 대규모 공약 발표는 첫 경선지에서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세종에서 출마를 선언한 김경수 후보와 충청 출신 김동연 후보를 견제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먼저 세종을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대전을 세계적 과학수도로, 충북을 미래산업의 중심지로, 충남을 환황해권의 거점으로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을 임기 내 건립하고, 국회 본원과 대통령 집무실의 세종시 완전 이전도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간 중단됐던 공공기관 이전도 재개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전·충남·충북에 대한 혁신도시 구상도 함께 내놓으며 행정수도와 혁신도시 간 시너지를 예고했다.

 

대전의 경우 대덕연구특구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과학기술 혁신클러스터로의 전환을 제시하며, 삭감된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 연구자와 기술자의 정주 여건 개선도 약속했다. 이 후보는 또한 대전(AI·우주산업)~세종(스마트행정)~충북(바이오·반도체·이차전지)~충남(디스플레이)을 연결하는 첨단산업벨트를 구축하겠다고 밝히며, 세종을 스마트·디지털 행정 허브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어 충북의 K-바이오스퀘어 조기 육성, 논산·계룡 지역의 스마트 국방 산업 발전, 충남의 해양관광벨트, 청주공항 확장 및 광역 교통망 구축 등 충청 전역에 걸친 세부 공약들도 공개했다. 그는 “자부심 넘치고 행복한 도시 충청을 만들겠다”며 “4개 시도가 하나 되어 통합경제권을 만들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충청이 살면 대한민국이 산다”는 메시지를 통해 지역민의 감성을 자극했다.

 

 

 

이날 이 후보는 K-방산 전략도 발표하며 방산수출 컨트롤타워 신설과 대통령 주재 방산수출진흥전략회의 정례화를 공약했다. 그는 “방산 지원 정책금융 체계를 재편하고, 방산 수출 기업의 R&D 세액을 감면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국방과학연구소의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글로벌 협력 확대도 약속했다. 특히 유럽, 중동, 동남아시아, 인도, 미국, 중남미 등 권역별 특성을 고려한 협력 전략을 통해 방산 기술이전 및 교육을 통한 신뢰 구축을 강조했다. 이를 위한 방산 스타트업 육성과 방산 클러스터 확대 운영도 공약에 포함됐다.

 

강훈식 이재명 캠프 총괄본부장은 “충청은 대한민국 남부와 중심을 연결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며 “캠프 차원에서도 충청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세종의사당 추진과 관련해서는 “개헌과 연동된 문제로 토론 등을 통해 입장을 정리하겠지만, 현행법상 가능한 일은 신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재명 후보에 맞서 충청권 공략에 나선 김동연 경선후보는 충북 음성 출신으로, 유일한 충청 태생이다. 그는 첫 지역 일정으로 고향을 택해 민심 확보에 나섰다. 전날 고향 형의 자택에서 1박을 한 김 후보는 이날 청주를 방문해 4·19 학생혁명기념탑 참배, 민주당 충북도당 당원 간담회, 자영업자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하며 발로 뛰는 행보를 이어갔다.

 

김경수 경선후보 역시 충청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대선 출마 선언을 세종시에서 하며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고, 대통령 집무실의 서울-세종 이원 운영을 통해 새로운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세종 집무실에서 자주 근무하고 내각과 현안을 수시로 토론하는 국정 운영이 돼야 한다”며 “권력 집중을 방지하고 국가적 위기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충청권을 둘러싼 주요 경선 후보들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 지역 의원은 “국민과 당원들은 내부 권력 싸움보다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며 “압도적 승리를 이끌고 공약을 실현할 수 있는 후보에게 신뢰가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 민심의 향배가 민주당 경선의 판도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주조, 부산에서마저 왕좌 빼앗겨...하이트진로의 '소주 전국 석권' 완성

 지역 소주업계가 대기업의 강력한 마케팅 공세에 몰려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올해 상반기, 지역 소주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부산마저 함락되면서 전국 어디에서도 지역 소주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곳이 없어졌다.주류업계에 따르면 부산 지역 소주인 대선주조의 올해 1~6월 부산 시장 점유율은 30%에 그쳤다. 반면 전국구 소주 하이트진로는 38%를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해만 해도 대선주조가 40%, 하이트진로가 35%로 지역 소주가 우위를 점했던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대선주조가 부산에서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00년대 후반 푸르밀이 대선주조를 인수한 후 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며 지역 민심을 잃었고, 경남 기반의 무학 '좋은데이'에 시장을 내준 적이 있었다. 그러나 2017년 '대선' 소주를 재출시하며 돌풍을 일으킨 이후 줄곧 지역 1위를 지켜왔다.부산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국 각지의 지역 소주 중 유일하게 대기업에 점유율 1위를 내주지 않은 마지막 보루였다. 제주 한라산, 경남 좋은데이, 전남 보해양조, 대구·경북 금복주, 대전·충남 선양 등은 이미 하이트진로에 1위 자리를 내준 상태였다.현재 국내 소주시장은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두 대기업이 시장 점유율 약 80%를 장악하고 있으며, 유흥 시장까지 포함하면 90%에 육박한다. 특히 하이트진로는 이제 전국 모든 지역에서 1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업계에서는 이들 대기업이 저도주와 고급 증류식 소주 등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추세여서 '1강 1중 다약' 체제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지역 소주의 위기는 젊은 층들이 지역 소주를 특별히 선호하지 않는 소비 트렌드 변화와 대기업들의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 마케팅 때문이다. 지난해 하이트진로는 1840억 원, 롯데칠성음료는 1265억 원의 광고비를 집행했다. 이는 대선주조의 지난해 매출액 519억 원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마케팅과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 주류 시장에서 지역 소주업체들은 재정적 한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무학소주는 2023년 64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496억 원으로 100억 원 이상 감소했다. 제주 한라산은 지난해 1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대부분의 지역 소주들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주류업계 관계자는 "소주 소비는 브랜드와 이미지가 중요해 마케팅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지역 소주들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마케팅 비용 부담이 더욱 커졌다. 지역 소주의 위기는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한편, 대선주조는 부산 지역 시장 점유율 1위 탈환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홍성 대표는 "최근 대표 제품인 대선, C1 소주를 리뉴얼하고 젊은 층 입맛 공략에 나서고 있다"며 "지역 사회와 호흡하며 대선주조의 가치를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 다시 부산 지역 시장 점유율 1위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