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한덕수와 통화 후 ‘관세 딜’… 中보다 韓·日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전화 통화를 갖고 한국과의 관세 협상을 우선시할 것을 지시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한국과 일본을 최우선 협상 대상으로 두고 있다고 밝혔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가까운 동맹이자 무역 파트너인 한국과 일본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각국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요청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이 최우선 순위에 놓였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한국에 25%, 일본에 24%의 상호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및 한덕수 권한대행과 각각 통화했다. 이후 참모들에게 한국과 일본과의 협상을 신속히 진행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함께 협상을 주도하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도 CNBC 인터뷰에서 "백악관에서 협상 우선순위에 대해 논의했다"며 "무역적자가 큰 국가들이 먼저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일본과 한국, 대만이 대규모 에너지 거래를 제안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에너지 협력이 협상 의제 중 하나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통화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관세, 조선업, 미국산 LNG 구매,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합작 투자, 그리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논의했다"며 "한미 양국 모두에 훌륭한 거래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협상을 '원스톱 쇼핑(ONE STOP SHOPPING)'이라 표현하며, 관세를 낮추려면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높이고 에너지 구매 및 조선업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내 첫 임기 중 처음으로 방위비 분담금을 지불하기 시작했고, 이는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며 향후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과거 그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1조 원에서 50억 달러로 증액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통화에서 "양측이 상호 윈윈(win-win)할 수 있도록 무역균형을 포함한 경제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상호관세 조치 행정명령이 발효되기 전에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 권한대행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중국, 일본과 협력해 미국에 맞설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 길을 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의 협력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에 부과하기로 한 34% 보복 관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추가로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중국에 대한 관세율은 104%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통화는 관세 협상뿐만 아니라 방위비 분담금, 조선업, 에너지 협력까지 포함된 포괄적인 논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그의 강경한 협상 전략 속에서 한국 정부가 어떤 대응책을 마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통령 대행의 대행의 대행’ 속 최악의 국정 공백

 1일 대한민국 정치권은 헌정사상 유례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선 출마를 이유로 사의를 밝힌 데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기로 예정돼 있던 최상목 경제부총리마저 국회 탄핵소추안이 본회의 표결에 부쳐지기 직전 돌연 사퇴하면서, 이주호 교육·사회·문화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무총리 직무대행을 동시에 맡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행정부 수반과 입법부 사이의 첨예한 충돌이 불러온 결과로, 국가 통치 체계가 심각한 혼란에 빠졌음을 보여준다.최상목 부총리의 사퇴는 기획재정부를 통해 1일 밤 10시 28분 공식화됐다.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상정되어 무기명 투표가 시작되기 직전의 시점이었다. 기재부는 약 15분 뒤 재차 보도자료를 통해 최 부총리의 사표가 수리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탄핵소추안을 계속 진행할 수 없게 되었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탄핵 대상자가 없으므로 투표를 중지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 모든 절차는 이미 하루 전부터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저녁 예정에 없던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개최해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 조사보고서를 의결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에 반발해 퇴장했다. 법사위 의결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소속 의원 11명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후 본회의에 안건이 상정되면서, 정치적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국민의힘은 이같은 민주당의 전격적인 탄핵 추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는 “오후 3시에 있었던 대법원 판결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이라며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분풀이하는 격”이라고 비판했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것에 격분해 탄핵을 강행한 것”이라며 상식 밖의 정치행위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 부총리는 탄핵소추안이 상정되지 않기를 기대하며 기다린 것으로 보이나, 본회의 표결이 확실시되자 직을 내려놓는 선택을 했다. 그는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 논의 당시 계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몇 안 되는 인사였고,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야당이 추천한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해 탄핵소추의 빌미를 제공한 바 있다.최 부총리는 “대내외 경제 여건이 엄중한 상황에서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없게 된 점을 국민께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헌법재판소 판단을 거치지 않고 즉각 사임한 처신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그의 사표는 앞서 사임 의사를 밝힌 한덕수 총리에 의해 수리됐다. 한 총리는 이날 자정까지 총리직을 유지하며, 최 부총리의 사임을 재가한 뒤 이주호 부총리를 청사 집무실에서 만나 국정 안정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국무회의 구성에도 위기를 불러왔다. 헌법 제88조는 국무회의가 대통령, 국무총리, 15~30인의 국무위원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현재 대통령과 총리 모두 공석이며 19석인 국무위원 중 4명이 공석이어서 실질적 재임 인원은 정확히 15명이다. 여성가족부 장관은 장기간 공석이며, 국방·행안·노동부 장관은 12.3 사태 이후 내란죄 및 탄핵소추 등으로 사임했다. 정부는 국무회의 정족수에 대해 “총원 21인 기준 11명 이상이면 개의 가능하다”는 해석을 유지하고 있지만, 헌정적 관점에서는 위태로운 균형이다.대통령 권한대행이자 총리 직무대행이 된 이주호 부총리는 2일 자정부터 직무를 수행하며 각 부처에 긴급 지시를 내렸다. 그는 “공백 없이 안정적으로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며 대선을 앞둔 시점에 공정하고 질서 있는 선거를 위한 만반의 대비를 주문했다. 행정안전부에는 치안 관리와 사회 질서 유지, 국방부에는 최고 수준의 군 경계태세를, 외교부에는 외교 신뢰 확보와 현안 대응을, 기획재정부에는 금융시장 변동성과 경제 불확실성 대응을 각각 지시했다. 이러한 이 권한대행의 지시는 일종의 비상체제 출범 선언으로 해석된다.한편 국회는 이날 여야 합의로 13조 8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으며, 민주당은 심우정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발의했다. 본회의에 보고된 이 안건은 법사위로 회부돼 조사를 받게 된다. 대통령과 총리의 동시 공백, 경제부총리의 돌연 사퇴, 거듭된 탄핵 정국 등 국정 운영의 축이 연쇄적으로 흔들리면서 한국 정치사는 또 하나의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됐다. 과연 이주호 권한대행 체제가 위기 속 국가 운영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 정치권과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