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솜방망이 처벌'로 끝난 게임사 확률 조작...피해자는 결국 당신의 지갑

 대한민국 게임 산업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로 자리 잡은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규제와 논란이 1년을 맞이했다. 2023년 3월, 정부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게임사들은 자사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확한 확률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시대가 열렸다. 이른바 '디지털 뽑기'로 불리는 이 시스템은 그동안 불투명한 운영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왔으나, 법적 규제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그 효과와 한계점이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무엇인가? 이는 게이머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무작위로 아이템을 획득하는 시스템으로, 마치 복권이나 뽑기 기계와 유사한 방식이다. 게이머는 자신이 원하는 특정 아이템이 나올 확률을 알지 못한 채 반복적으로 구매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예상보다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시행령 개정 전까지는 게임사들이 이러한 확률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들은 '블랙박스' 속에서 구매를 결정해야 했다.

 

법 시행 이후 정부는 게임물관리위원회를 통해 1년간 대대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그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총 3,829건의 확률형 아이템 중 법을 위반한 사례가 950건으로, 전체의 24.8%에 달했다. 이는 단순 계산으로 5개의 확률형 아이템 중 1개가 법적 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언론은 게임사의 시정요청 이행률이 99.3%에 달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마치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지난 1년간 게임 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크고 작은 스캔들로 몸살을 앓았다. 게임사가 표기한 확률이 실제와 달랐던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으며, 심지어 다른 확률형 아이템의 설명을 실수로 복사해 붙이는 등의 초보적인 실수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자신이 믿고 구매한 확률 정보가 허위였다는 사실에 분노했지만, 게임사들은 대부분 간단한 사과문으로 상황을 무마하려 했다.

 

이처럼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 논란을 가볍게 넘길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행법의 '솜방망이' 처벌이 있다. 게임사가 확률 정보를 거짓으로 표기하거나 아예 표시하지 않는 등 법을 위반하더라도, 처음에는 정부의 시정요청만 받게 된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에만 권고를 받고, 그래도 시정하지 않으면 비로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즉, 고의든 실수든 확률 정보를 실제와 다르게 기입했더라도 시정요청을 받고 수정하면 그만이니, 게임사 입장에서는 이러한 처벌이 큰 부담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느슨한 규제 속에서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으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렸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매출 2조 7,098억원, 영업이익 1조 1,825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7주년을 맞은 배틀그라운드의 대대적인 업데이트 행사가 이러한 성과에 기여했다. 웹젠 역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9.4% 증가한 2,147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도 9.2% 상승한 545억원을 달성했다. 이들 게임사는 지난해 확률형 아이템 관련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무적으로는 큰 타격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게임학 전문가인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현 규제의 허점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현시점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게임사가 허위로 표기한 부분을 잡아내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다. 개정안은 어디까지나 기존에 있던 '확률 정보 공개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물며 '실수로 표기를 잘못했다'고 하면 봐주는 듯한 분위기마저 존재한다. 소비자에게 끼친 피해를 고려해 강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도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2024년 1월 31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공포되었으며,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8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개정안은 게임사가 고의로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를 위반할 경우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게임사의 허위 기재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게임사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사는 여전히 '단순 실수'라는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할 여지가 있으며, 소비자가 개인적으로 소송을 제기하여 고의성을 입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한, 확률형 아이템의 근본적인 문제점인 '도박성'과 '과소비 유도'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청소년들이 확률형 아이템에 쉽게 노출되어 도박 중독과 유사한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사회적 우려를 낳고 있다.

 

게임 업계 내부에서도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의 투명한 운영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지는 못한 상황이다.

 

초등생 10명 중 6명 이상, 놀 시간 부족... 가장 큰 고민은 '공부'

 어린이 10명 중 6명 이상이 하루에 2시간도 채 놀지 못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공부'인 것으로 나타나, 우리 사회 아이들의 삶이 놀이와 여유보다는 학업 부담에 크게 짓눌려 있음을 보여준다.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전국 초등학생 4~6학년 2804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9일부터 22일까지 온라인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전교조는 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초등학생 놀이 및 생활 실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소 하루에 놀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2%가 '2시간 이하'라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의 15.8%는 '하루에 노는 시간이 1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고 응답해 많은 초등학생들이 놀이 시간 부족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에 필수적인 놀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그렇다면 아이들이 시간이 생겼을 때 가장 하고 싶은 활동은 무엇일까. 어린이들이 시간이 생기면 가장 하고 싶은 활동(2개 선택)으로는 '친구들과 만나 놀기'가 54.6%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아이들이 학원이나 학교 수업 외에 친구들과 자유롭게 어울리며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기본적인 욕구를 반영한다. 이어 '친구들과 게임하기'(33.5%), '유튜브 등 영상 보기'(29.2%), '운동하기'(23.6%), '식구들과 시간 갖기'(21.2%) 순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디어 시청이나 게임보다는 직접적인 관계 맺기나 신체 활동에 대한 선호도가 여전히 높다는 점이 주목된다.놀 시간이 2시간도 안 된다는 학생들이 많은 것은 초등학생들의 하루 일과가 매우 빡빡하게 짜여 있음을 시사한다. 학원 수업, 과외, 예체능 활동 등 다양한 사교육 일정으로 인해 아이들의 저녁 시간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초등 6학년의 경우, 학교 수업과 학원 등 일정을 모두 마치고 오후 8시 이후에 귀가한다는 응답이 30%에 달했으며, 심지어 4%는 밤 10시 이후에 집에 돌아온다고 답해 충격을 주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일정은 아이들의 충분한 휴식과 수면 시간을 방해하고, 피로 누적과 스트레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이처럼 여유 없는 일상과 과도한 학업 부담은 초등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으로 직결됐다. 초등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중복 응답 가능)은 예상대로 '공부'가 69%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초등학생 때부터 입시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우리 교육 현실의 단면을 보여준다. '공부' 외에도 '친구 관계'(33%), '외모'(24%), '따돌림'(14%) 등 또래 관계나 외모에 대한 고민, 학교 폭력 문제 역시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드러났다. 학업 스트레스와 더불어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이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한편,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조기 사교육, 특히 '초등 의대반'과 같은 과도한 선행 학습에 대한 어린이들의 인식도 조사됐다. 이에 대해 31.1%는 '일찍 시작하면 좋다'고 긍정적으로 답한 반면, 27.8%는 '어린 나이에 그런 공부를 시키면 안 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아이들조차 조기 경쟁과 선행 학습의 필요성에 대해 혼란을 느끼고 있거나, 혹은 이미 사회 분위기에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이소희 전교조 초등위원장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어떤 가치를 심어주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어린이들에게 학벌 아니면 외모만을 외치는 빈곤한 사회가 아니라, 아이들이 진정한 성장의 기쁨을 느끼고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며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 결과는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충분한 놀이 시간과 여유를 제공하고 있는지, 그리고 아이들이 겪는 심리적 부담과 고민에 대해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아이들의 행복과 건강한 성장을 위해 우리 사회 전체의 관심과 노력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