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본 경찰, 살인범을 두 번이나 눈앞에서 놓쳤다…허술한 대응이 부른 참극

 일본 도쿄의 한적한 주택가가 한인 여성을 향한 비극적인 범죄로 큰 충격에 빠졌다. 지난 1일, 한국 국적의 30대 여성 A씨가 도쿄 세타가야구의 한 스튜디오 인근에서 목을 흉기에 찔려 피를 흘리며 쓰러진 채 발견되었다. 목격자의 신고로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그녀는 끝내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이 끔찍한 사건의 용의자는 불과 나흘 전 일본에 입국한 그녀의 전 남자친구, 30대 한국인 B씨였다.

 

일본 경시청은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교제 살인'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두 사람은 지난 4월부터 교제를 시작했지만, 8월 A씨가 "헤어지자"고 통보하자 비극의 서막이 올랐다.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 B씨는 A씨를 만나기 위해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A씨가 이미 경찰에 신변의 위협을 알렸다는 점이다. 그녀는 사건 발생 불과 이틀 전인 8월 29일, 경찰서를 찾아 "B씨에게 이별을 고하자 폭력을 휘둘렀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고, 여성이 정식으로 피해 신고를 접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지 않았다.

 

대신 경찰이 취한 조치는 A씨를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킨 뒤, B씨에게 접근금지를 경고하고 귀국하라고 '지도'하는 수준에 그쳤다. B씨가 "오사카로 가겠다"고 말하자, 경찰은 그를 도쿄역까지 데려다주고 신칸센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는 것까지 확인하며 상황이 종료되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B씨의 집착은 경찰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그는 다음 날인 8월 30일, 또다시 A씨의 집 근처를 배회했다. "수상한 사람이 있다"는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B씨를 다시 발견했다. 경찰은 이번에도 구두 경고와 함께 귀국을 종용했고, 오후 1시경 나리타 공항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는 모습까지 지켜봤다. 두 번이나 그를 돌려보냈다고 믿었던 경찰의 안일한 대응은 결국 최악의 결과를 막지 못했다.

 

B씨는 경찰의 감시망을 비웃듯 도쿄에 남아 범행을 저질렀고, 사건 당일 밤 하네다 공항에서 체포되었다. 그는 현재 묵비권을 행사하며 범행 동기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경시청은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며 안전 확보 조치를 취했다"고 해명하면서도, 두 차례의 경찰 조치에도 불구하고 끔찍한 살인을 막지 못한 데 대해 대응이 적절했는지 내부적으로 파악에 나섰다고 밝혔다. 한 여성의 절박한 SOS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허술한 안전 조치가 결국 그녀를 죽음으로 내몬 셈이다.

 

법무부, 동물의 비물건화 토론회…사법 패러다임 전환

 반려동물을 물건과 분리하여 생명체로서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려는 움직임이 민사집행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법무부와 법조협회는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에서 '동물의 비물건화'를 주제로 입법 쟁점 토론회를 열고, 장애인 보조견과 등록대상동물 등을 압류 금지 대상에 명시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 이번 토론회는 민법 개정을 통해 선언된 동물의 생명 존중 정신을 실제 사법 집행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주제 발표에 나선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변호사는 1인 가구 증가와 인간-동물 간의 정서적 유대를 고려할 때 민사집행법 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역설했다. 한 변호사는 특히 장애인 보조견의 경우 채무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적인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민사집행법상 명시적인 압류 금지 대상으로 입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행관이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별도의 조문을 신설해 규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제언도 덧붙였다.이무룡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압류 금지의 범위를 설정함에 있어 '등록대상동물'을 포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법상 2개월령 이상의 반려견을 대상으로 하는 등록 제도를 압류 금지와 연계하자는 구상이다. 이 교수는 등록된 동물을 압류 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보호자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자발적으로 등록 조치를 취하게 되는 긍정적인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아직 활성화 단계에 머물러 있는 동물 등록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부수적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전략이다.입법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과제들도 논의됐다. 동물의 생명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채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하거나 채무자가 이를 악용해 재산을 은닉하는 행위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영리 목적이 아닌 순수 반려 목적의 소유임을 채무자가 소명할 수 있는 절차적 보완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가치와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사법 행정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동물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정교한 법 설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정부 관계자들과 국회 입법조사처 등 유관 기관들도 이러한 입법 방향에 힘을 실었다. 황성필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장애인 보조견의 압류 금지 입법화 필요성에 이견이 없음을 밝히며, 토론회에서 제기된 아이디어들이 실제 법안으로 연결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법제연구원 등 각계 전문가들도 동물의 비물건화가 민법을 넘어 사법 전반으로 확산되어야 한다는 취지에 동의하며, 동물 복지 정책의 현주소와 개선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법무부는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종합하여 동물이 생명으로서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합리적인 입법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서정민 법무실장은 국민적 관심을 환기하고 부처 간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약속했다. 반려동물이 단순한 '압류 대상 물건'에서 '보호받아야 할 가족'으로 법적 신분이 격상되는 이번 입법 논의는, 우리 사회의 생명 존중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