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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은 시작일 뿐…경북, '10대 사업'으로 대한민국 미래 유산 직접 만든다

 경상북도가 2025 APEC 정상회의 유치 성공의 열기를 경북 전역의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으로 전환하기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았다. 경북도는 19일 ‘포스트 APEC 추진 전략 보고회’를 열고, 문화관광, AI경제, 평화·번영 등 3대 분야에 걸친 10대 핵심 사업을 공개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 자리에서 “APEC의 유산을 경주를 넘어 경북 전체로 확산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이미 관광객이 급증하고 글로벌 호텔 체인의 투자 문의가 이어지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는 APEC 개최 효과를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로 삼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문화관광 분야에서는 가장 한국적인 자원을 활용해 경북을 ‘글로벌 10대 문화관광거점’으로 도약시킨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세계경주포럼’을 창설해 세계적인 문화 교류의 장으로 만들고, 경주에 ‘APEC 문화전당’을 건립해 회원국 간 교류 협력의 핵심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또한, 낡은 보문관광단지를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여 APEC 기념 조형물과 회원국 상징 정원을 조성하는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래형 관광단지로 탈바꿈시킨다. 나아가 APEC 개최 도시들과 ‘APEC 연합도시 협의체’를 구성해 도시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를 함께 높여 나가는 광역 협력 모델도 추진한다.

 


AI 경제산업 분야에서는 경북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AI 협력 모델로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저출생, 재난안전 등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인구돌봄 AI, 재난안전 AI 같은 혁신 정책을 구체화하고, 포항·구미·안동·예천의 데이터센터를 ‘AI 고속도로’로 연결해 AI 산업의 기반을 다진다. 궁극적으로는 ‘아시아태평양 AI 센터’를 유치해 대한민국을 넘어 APEC 회원국 간의 AI 격차 해소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와 함께 글로벌 기업인과 투자자들이 모이는 ‘경주 CEO 서밋’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경주타워에 미디어아트를 접목한 ‘APEC 퓨처스퀘어’를 조성해 APEC의 감동을 경제적 성과로 이어갈 계획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장기적인 비전도 제시되었다. 경북도는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국립 인구정책 연구원’을 유치하고, APEC 회원국들과 공동 대응을 위한 ‘APEC 인구정책 협력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또한, 삼국통일의 역사적 의미를 지닌 경주에 ‘신라통일평화정원’과 ‘한반도 통일미래센터’를 조성하여 한반도와 아태지역의 평화를 위한 상징적인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포함됐다. 이 지사는 “10대 사업에 그치지 않고 연합도시 모델과 같은 광역사업을 통해 APEC 성공의 혜택이 경북 전역에 돌아가도록 하겠다”며 미래 세대를 위한 유산을 남기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4세·7세 고시' 금지법 국회 교육위 통과

 극심한 경쟁을 유발하며 영유아 사교육 광풍의 상징으로 불려온 ‘4세·7세 고시’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8일 국회 교육위는 유아들의 영어학원 입학시험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학원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며,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조기 사교육 열풍에 제동을 걸었다.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유아 선발 시험 금지에 있다. 구체적으로는 만 3세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학원, 교습소, 개인과외에서 합격 또는 불합격을 결정하는 일체의 선발 시험을 금지하는 조항이 추가되었다. 이 조치는 어린 유아들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조기 경쟁을 강요하는 극단적인 사교육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되었다. 다만, 법안 원안에는 입학 후 수준별 배정을 위한 시험 또는 평가까지도 금지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소위를 통과한 수정안에서는 이 부분이 제외됐다. 이에 따라 학원 측은 유아 선발을 위한 시험은 볼 수 없지만, 입학 후 원생들의 수준에 맞는 반 배정을 위한 레벨 테스트 자체는 여전히 시행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이른바 '4세 고시'로 대변되는 영유아 사교육 시장의 과열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사교육을 시작하는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면서, 입시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일부 영어학원에서는 7세 반 교재로 미국 초등학교 3~4학년 교과서를 사용하는 등 교육 경쟁의 시작점이 초등학교 입학 이전으로 당겨지는 현상이 심화됐다.이러한 사교육 쏠림 현상은 통계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9년 전국 영어유치원(영유)은 615곳이었으나 2023년 842곳으로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반 유치원은 8837곳에서 8441곳으로 감소했다. 어린이집을 졸업하는 3~4세부터 영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보내는 것이 일반화되면서, 맘카페 등에서는 대치동 유명 학원의 레벨 테스트 대비용 문제집 정보가 공유되는 등 경쟁이 극에 달했다.한국의 영유아 사교육 시장은 외국 학자들마저 경악하게 만들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의 학문적 경쟁이 6세 미만의 절반을 입시 학원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보도하며, '사교육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조명한 바 있다. 특히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는 EBS 인터뷰에서 한국의 합계 출산율(0.78명)을 듣고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라며 머리를 부여잡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영유아 사교육 광풍이 양육 부담을 가중시켜 세계 최악의 저출산 문제를 부추기는 악순환의 고리 중 하나라고 분석하고 있다.이번 법안 통과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과도한 선행 학습 경쟁을 완화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