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고등어 11%, 사과 21%…숨 막히는 장바구니 물가, 밥상 뒤엎을 판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으며 다시금 서민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2.4% 상승하며 지난해 7월(2.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8월 1.7%까지 둔화하며 잠시 안정세를 찾는 듯했던 물가상승률은 9월 2.1%로 반등한 데 이어, 10월에는 상승 폭을 더욱 키우며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이는 긴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폭발하며 여행 관련 서비스 비용이 급등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은 단연 개인서비스 물가였다. 특히 열흘에 달하는 긴 추석 연휴를 맞아 여행 수요가 몰리면서 관련 품목들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았다. 콘도 이용료는 1년 전보다 무려 26.4%나 폭등했고, 승용차 임차료와 해외 단체여행비 역시 각각 14.5%, 12.2%라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서비스 물가의 급등은 전체 물가를 0.72%포인트나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며, 연휴 특수가 물가 전반에 미친 파급력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일상적인 외식 물가 상승률(3.0%)이 다소 둔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기간의 보복 소비가 전체 지표를 뒤흔든 셈이다.

 


장바구니 물가 역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반적으로 3.1% 상승하며 가계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축산물과 수산물이 각각 5.3%, 5.9% 올랐는데, 특히 서민들이 즐겨 찾는 돼지고기(6.1%)와 고등어(11.0%)의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잦은 비로 출하가 지연된 쌀(21.3%)과 찹쌀(45.5%) 가격도 급등했으며, 사과 가격 역시 21.6%나 오르며 과일 전체의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다만, 출하량이 늘어난 채소류 가격이 14.1% 하락하며 농산물 가격의 상승 폭을 일부 억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전반적인 먹거리 물가의 상승 압력은 여전히 거셌다.

 

에너지와 식료품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하여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지표들도 일제히 상승 폭을 키우며 우려를 더했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와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각각 2.5%, 2.2% 상승하며 모두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기록했다. 이는 일시적인 요인을 넘어 경제 전반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산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심의관은 "긴 연휴로 인한 여행 수요 증가가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지만, 근원물가의 상승세는 앞으로의 물가 안정을 낙관하기 어렵게 만드는 대목이다.

 

K-방산, 이제 AI 날개 달고 중동으로… "유럽까지 동반 진출 노린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13일, 아랍에미리트(UAE)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대통령 전략경제협력 특사라는 중책을 맡은 그의 이번 출국은 단순한 외교적 방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강 비서실장은 출국 직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 간 통상 및 안보 현안을 포괄하는 '팩트시트' 논의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이 많이 기다리고 계실 텐데 꼼꼼하게 논의가 잘 되고 있다"며 "좋은 결과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통령실은 양국 간 관세, 인공지능(AI), 안보 협력의 큰 틀을 정리한 최종 문안 조율이 끝나는 대로 이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어서, 그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이번 팩트시트는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한·미 관세 협상과 AI, 방산 분야의 연계 협력 성과를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이르면 이번 주 후반, 그 구체적인 내용이 베일을 벗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한 경제 협력을 넘어, 첨단 기술과 안보가 결합된 새로운 차원의 파트너십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특히 이번 순방은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AI, 방산, 에너지를 세 축으로 하는 '3각 협력 구상'을 구체화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 강 실장은 두바이와 리야드에서 정부 고위 관계자 및 국부펀드 핵심 인사들을 만나 AI, 방산, 첨단 제조는 물론 K-푸드와 K-컬처에 이르는 광범위한 협력 모델을 논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럽 등 제3국 공동 진출까지 모색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밝혔다.UAE는 이미 한국의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Ⅱ'를 4조 원 규모로 도입하며 양국 간 국방 협력의 물꼬를 튼 핵심 파트너다. 최근에는 차세대 전투기 KF-21 등 다른 국산 무기체계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이번 순방을 계기로 '제2의 천궁 신화'가 쓰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다음 주 개막하는 '두바이 에어쇼'는 이번 협력 논의의 정점이 될 전망이다. 이 행사에는 국내 주요 방산기업들과 대통령실 전략경제협력단이 총출동하여, AI 기술을 결합한 'AI+방산 패키지'라는 새로운 형태의 '세일즈 외교'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무기 판매를 넘어, AI 기술을 접목한 통합 국방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한국 방산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APEC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칼리드 빈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자가 만나 방산 및 AI 협력 강화를 약속한 데 따른 후속 조치의 일환이다. 대통령실은 당시 회담 이후 추진되는 사업들을 '팩트시트 후속조치 패키지'의 중요한 한 축으로 삼고, 중동 지역과의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다져나간다는 구상이다. 이번 강훈식 비서실장의 UAE 방문은 한·미 동맹의 외연을 넓히고, 중동이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과연 이번 순방이 AI와 방산을 두 날개로 한 '중동 특수'를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한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