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아

홍대·반포에서 ‘대성공’ 거둔 킥보드 금지…서울 전역으로 확대될까?

 서울시가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는 전동킥보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도입한 '킥보드 없는 거리' 시범 사업이 시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 5월부터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와 서초구 반포 학원가 등 유동인구가 많은 2개 구간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시범 운영 결과, 시민 대다수가 보행 환경 개선과 충돌 위험 감소를 체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향후 보행 밀집 지역이나 안전 취약 지역으로 해당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설문 응답자의 98.4%가 찬성한다고 답해, '킥보드 없는 거리' 정책이 서울 전역으로 확대될 강력한 동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번 성과는 서울시가 지난 8월, 시범 운영 지역의 생활인구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되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76.2%가 전동킥보드 통행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답했으며, 80.4%는 거리에 무단으로 방치된 킥보드 수량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가장 중요한 안전 문제에 있어서도 77.2%가 킥보드와의 충돌 위험이 줄었다고 느꼈고, 이를 종합하여 69.2%의 시민이 보행 환경 자체가 쾌적하게 개선되었다고 평가했다. 이는 킥보드 이용자의 일부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보행자 중심의 안전한 거리를 만들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보행자와 관광객으로 항상 붐비는 홍대 레드로드에서 정책 효과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홍대 지역 응답자는 84%가 통행량 감소를, 87.2%가 충돌 위험 감소를 체감했다고 답해 반포 학원가보다 높은 긍정 응답률을 보였다. 또한 연령대별로는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젊은 층에 비해 정책 시행에 대한 긍정적 체감도가 더 높게 나타나, 보행 약자를 포함한 다양한 연령층이 정책의 수혜를 느끼고 있음을 시사했다. 흥미로운 점은, 시범 사업 시행을 인지하지 못했던 시민의 61.1%조차 보행 환경이 개선되었다고 답해, 정책이 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증명했다.

 

이러한 긍정적인 시민 반응과 효과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시는 다음 달 경찰과의 협의를 통해 '킥보드 없는 거리' 확대 운영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는 계도 기간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향후 범칙금 3만 원(어린이보호구역 6만 원)과 벌점이 부과되는 실질적인 단속 강화 여부와 통행금지 구간의 추가 지정 등이 주요 논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일부 이용자들의 불편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대다수 시민이 보행 안전 확보를 더 중요한 가치로 판단한 만큼, 서울시의 보행자 우선 정책은 더욱 힘을 얻어 시내 곳곳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온정마저 얼어붙었다…'텅 빈 연탄 창고', 작년보다 40% 급감한 기부에 쪽방촌 '절망'

 겨울의 문턱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따뜻한 온정의 불씨마저 꺼져가고 있다. 서민들의 겨울을 지켜주던 까만 연탄이 이제는 귀한 몸이 되면서, 에너지 빈곤층의 시름이 그 어느 때보다 깊어지고 있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는 10월은 연탄 기부가 늘어나는 시기지만, 올해 밥상공동체·연탄은행에 접수된 기부량은 전년 대비 36%나 급감한 13만여 장에 그쳤다. 연간 누적 기부량 역시 24%나 줄어들어, 연탄은행이 목표로 세운 '500만 장 나눔'은 시작부터 삐걱대는 모습이다. 해마다 오르는 연탄값에 더해 얼어붙은 경기 침체 여파가 소외된 이웃의 겨울을 더욱 춥고 혹독하게 만들고 있다.연탄 기부의 급감은 곧바로 취약계층의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 현재 전국의 연탄 사용 가구는 약 6만 가구로 추산되며, 이들 대부분은 도시가스나 중앙난방의 혜택이 닿지 않는 쪽방촌이나 가파른 달동네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이다. 연탄 사용 가구 수가 매년 조금씩 줄고는 있지만, 도움의 손길이 끊기는 속도는 이보다 훨씬 가파르다. 온정의 속도가 현실의 어려움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당장 오늘 밤의 추위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난방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가장 약한 고리를 어떻게 방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서글픈 단면이다.이러한 '연탄 대란'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장기화된 경기 침체의 그늘이 꼽힌다. 해마다 온정을 보태던 기업들이 경영난을 이유로 후원 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아예 지원을 미루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연탄은행 관계자는 "꾸준히 후원을 이어오는 대기업은 사실상 한 곳 정도에 불과하다"며 "기부 물량이 부족해 지방에는 배달하지 못하고 서울에만 겨우 전달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개인 기부자들의 주머니 사정 역시 팍팍해지면서, 한때 줄을 이었던 연탄 나눔 봉사활동의 온기마저 예년 같지 않은 상황이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탄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붕괴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뇌관이 되고 있다. 배달비를 포함한 연탄 한 장의 소비자 가격은 이미 1,000원을 훌쩍 넘어 지난해보다 최대 30% 이상 치솟았다. 여기에 수익성 악화로 전국의 연탄 공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현실은 구조적인 위기를 심화시킨다. 2000년대 중반 40곳이 넘던 공장은 이제 17곳만 남았다. 특히 지난해 서울의 마지막 연탄 공장이었던 이문동 공장이 56년 만에 폐업하면서, 이제 수도권 전체의 연탄 보급을 경기도 동두천 공장 한 곳이 떠맡는 기형적인 구조가 되었다. 공장이 멀어질수록 운송비와 인건비는 오르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연탄값에 전가되어 가장 가난한 이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