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수하물 미탑재, 지연 미고지… 항공사들의 '불친절 갑질'에 과태료 폭탄

 국토교통부가 승객들의 위탁 수하물을 싣지 않고 이륙한 아시아나항공에 1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또한 항공편 지연 사실을 제때 알리지 않은 에어로케이에도 18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리며, 항공사의 승객 고지 의무 위반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다시 한번 천명했다. 이번 조치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도 승객의 알 권리와 편의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아시아나항공이 부과받은 과태료는 지난 8월, 인천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항공편 3편에서 발생한 수하물 미탑재 사태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당시 러시아 캄차카반도에서 여러 화산이 동시에 분화하면서 광범위한 화산재가 퍼졌고, 이로 인해 해당 항공편들은 안전을 위해 항로를 변경해야만 했다. 예상치 못한 항로 우회는 연료 소모를 증가시켰고, 안전 운항을 확보하기 위해 수하물 탑재량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이러한 수하물 미탑재 상황을 출발 예정 시간보다 3~4시간이나 먼저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294명에 달하는 승객들에게 이 사실을 항공기가 이륙한 후에야 문자 메시지로 뒤늦게 알렸다.

 


국토교통부는 아시아나항공이 항공사업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며, 특히 승객 안내 방식의 미흡함을 지적했다. 해당 문자 메시지에는 단순히 '도착공항에 문의하라'는 내용만 담겨 있었을 뿐, 수하물 미탑재로 인한 불편에 대한 보상 계획이나 구체적인 조치 방안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항공교통이용자 보호 기준에 따르면 항공사는 위탁수하물의 일부를 싣지 못한 경우 승객들에게 이를 명확하고 신속하게 안내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불편을 겪으신 승객분들께 사과드린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수하물 미탑재 상황 예방 및 신속한 사전 안내 체계 구축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편, 저비용항공사 에어로케이 역시 승객 안내 의무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피하지 못했다. 에어로케이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총 9편의 항공편에서 지연 사실을 인지하고도 승객들에게 제때 알리지 않거나 늦게 고지한 사실이 적발됐다. 특히 한 사례에서는 탑승 19분 전이 되어서야 '항공기 안전점검을 위해 2시간 늦게 출발한다'고 고지하여 승객들의 큰 불편을 초래했다. 국토부는 에어로케이에 편당 200만원씩, 총 18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번 국토교통부의 과태료 부과는 항공사들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도 승객의 편의와 알 권리를 얼마나 중요하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의 책임 있는 자세와 투명한 정보 제공은 승객들의 신뢰를 얻고 항공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정청래 리더십 '적신호'…민주당, 당원 뜻 거스르고 개혁에 제동 걸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원 민주주의 강화를 내걸고 추진했던 핵심 공약,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 도입이 당 중앙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끝내 좌초됐다. 당 대표의 역점 사업이 당내 핵심 기구에서 부결되면서, 정 대표의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중앙위원회 회의를 열고, 전당대회 표의 등가성을 맞추는 것을 골자로 한 당헌 개정안을 상정했으나, 투표 결과 통과에 필요한 의결정족수를 확보하지 못했다.이날 투표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기초자치단체장, 지역위원장 등 총 596명의 중앙위원을 대상으로 4시간 30분 동안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총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명(72.65%), 반대 102명(27.35%)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투표 참여자만 놓고 보면 4명 중 3명 가까이가 찬성 의사를 밝힌 압도적인 결과였지만, 당헌 개정안 통과 요건인 '재적 위원 과반수(299명) 찬성'에는 22표가 모자랐다. 결국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223명의 중앙위원이 사실상 '소극적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과 같은 결과를 낳으며, 당 지도부의 개혁안에 제동을 건 셈이 됐다.'1인 1표제'는 그동안 당내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대의원 1표가 권리당원 수십 명의 표 가치를 가지는 현재의 제도가 민심을 왜곡하고 있다며, 당의 진정한 주인인 당원들의 의사를 직접 반영하기 위해 반드시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자칫 강성 당원의 목소리만 과도하게 반영시켜 당의 의사결정이 한쪽으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다양한 계층을 대변하는 대의원 제도의 순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이번 부결 사태는 당 지도부의 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당내 기득권의 보이지 않는 저항이 표면 위로 드러난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중앙위원이 투표 불참이라는 방식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은, 당내 권력 구조 재편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음을 시사한다. 한편, 이날 중앙위에서는 '1인 1표제'와 함께 상정된 내년 6·3 지방선거 공천 룰 관련 안건은 통과되어 일단 선거 준비 체제에는 돌입하게 됐지만, 당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둘러싼 내부 갈등의 불씨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