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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년 비밀 품은 영월, 한 걸음 내딛는 순간 감성 대폭발

 강원도 영월은 국가지질공원과 20여 개의 박물관·미술관·역사관이 어우러진 작은 도시로, 여행자가 단종에 대한 역사적 연민부터 탈속의 시인 김삿갓의 낭만, 그리고 국가지질공원의 고생대 지질 절경까지 다채로운 감성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사육신을 배향한 서원과 MZ세대의 감성을 반영한 현대적 아트센터, 그리고 서부·중앙시장 미식 체험 등 다양한 장르가 조화를 이루면서 방문객들의 감성을 끊임없이 움직이게 만든다.

 

영월은 인근 평창, 충북 단양·제천, 경북 영주·봉화와 함께 ‘중부내륙중심권 행정협력회’를 구성해 지역주의를 넘어 문화·관광·경제 분야의 상생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영월 서부지역의 대표 명소 중 하나인 ‘선돌’은 국가지질공원에 포함된 5억 년 된 거대한 바위로, 서강의 절벽 꼭대기에 우뚝 솟아 있다. ‘신선암’이라 불리는 이 바위는 높이가 약 70m에 달하며, 신선이 노닐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19세기 영월부사의 친구였던 오희상과 홍직필은 위험을 무릅쓰고 바위에 ‘운장벽’이라는 글씨를 새겨 후세에 남겼다. 선돌 인근에는 젊은 세대에게 인기 있는 ‘젊은달 와이파크’ 미술관과 ‘신선을 맞이한다’는 뜻의 요선암, 요선정이 자리해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풍경을 선사한다. 요선암의 자연석 웅덩이들은 마치 ‘쉼표’와 ‘느낌표’처럼 생겨 방문객들에게 휴식과 감각적 체험을 제공한다. 요선정은 일제강점기 순사가 훔쳐간 숙종의 어제시를 주민이 지켜낸 국가유산으로서 의미가 크다.

 

영월 읍내에 자리한 ‘창절사’는 단종 복위를 도모하다 세조에 의해 희생된 사육신과 생육신의 위패를 모신 서원으로, 엄홍도라는 인물이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 사실도 함께 기리고 있다. 숙종 11년(1685)에 건립된 이 서원은 강원도 내에서 대문이 문루(2층 누각)인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으며, 원형을 잘 보존한 대표적 역사 유적지다. 창절사에서는 제향과 ‘선비의 하루’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매년 10월 9일에는 관련 의식 행사가 열린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세조에 의해 왜곡된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과 단종애사의 아픔을 되새길 수 있다. 근처 서부시장과 중앙시장에서는 메밀배추전, 수수부꾸미, 올챙이국수 등 지역 특산 음식도 즐길 수 있어 역사적 아픔을 달래는 미식 체험을 함께할 수 있다.

 

 

 

중앙시장 인근 옛 KBS 영월 방송국 자리에는 ‘라디오스타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영화 ‘라디오스타’의 배경이 된 이곳은 라디오 역사와 지역 방송의 추억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방송 제작 체험과 인기 DJ들의 전시물이 마련돼 있다. 라디오 모양 카페와 동강 절경 산책길이 함께해 감성 휴게소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어서 단종이 억류되었던 관풍헌과 청령포를 방문하면, 단종에 대한 애잔한 마음이 다시금 북받친다. 청령포는 동강에 둘러싸인 섬 같은 공간으로 나룻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역사적 장소다. 단종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조 ‘왕방연’이 전해져 내려오며, 이는 교과서에 새로 반영되어야 할 역사적 사실로도 주목받는다. 청령포 인근 ‘영월관광센터’는 폐광지역 통합 관광과 로컬푸드, 카페, 영상 전시를 갖춘 복합문화센터로 여행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서울 방향으로 10분 가량 더 가면 단종의 무덤 ‘장릉’이 나온다. 17세 나이에 죽임을 당한 단종의 시신은 처음에 동강에 버려졌으나 지역 유지 엄흥도가 몰래 수습해 지금의 장릉 자리에 안장했다. 이후 200년 만에 복권되어 왕릉처럼 꾸며졌지만, 능의 배치는 기존 왕릉과 다르게 ‘ㄱ’자 형태로 특이하다. 장릉 옆에는 국가지질공원에 포함된 ‘물무리골 생태습지’가 자리한다. 이곳은 해발 400m 안팎의 산지가 퇴적 작용을 거쳐 형성된 습지로, 멸종위기 식물인 백부자산작약과 잠자리난초, 큰조롱, 삵, 황조롱이, 고라니, 반딧불이 등이 서식한다. 숲길을 따라 이어지는 전나무 숲 산책로는 누구나 걷기 편한 ‘S라인’ 곡선을 그리며 평상도 마련돼 있어 쉬어가기에 좋다.

 

영월 청년들은 장릉 앞 ‘능알못-와플카페-물무리습지’ 코스, ‘청록다방-관풍헌-영모전-서부시장-중부내륙카페’ 코스, ‘동강둔치-봉래산패러글라이딩-별마로전망대-다슬기탕거리’ 코스 등 MZ세대 감성에 맞춘 ‘뉴트로드’ 3개 코스를 조성해 지역의 매력을 적극 알리고 있다. 북동쪽에는 아름다운 어라연 절경이, 남동쪽에는 김삿갓 유적지와 주막이 있어 소도시임에도 쉴 틈 없이 풍성한 여행 경험을 선사한다.

 

이처럼 영월은 국가지질공원 절경, 역사 유적, 현대 예술 공간, 그리고 다채로운 미식과 지역 문화가 어우러져 방문객들의 감성과 마음을 계속해서 흔드는 매력적인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서울 도심 불교문화재 ‘초비상’.."국보·보물 피해 없어"

 서울 종로구 조계사 옆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10일 오전 화재가 발생했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와 문화재 손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종로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2분쯤 조계사 인근 4층 규모의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 천장에서 불이 시작됐으며, 출동한 소방 당국은 약 1시간 35분 만인 오전 11시 57분 완진을 선언했다.신고 접수 직후 소방과 구청, 경찰 인원 306명과 장비 55대가 투입돼 진화 작업에 나섰고, 오전 10시 39분에는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뒤 5분 후 긴급구조통제단도 설치하는 등 신속한 대응이 이뤄졌다. 건물 안에는 스님과 종무원, 방문객 등 약 300명이 있었으나 모두 자력으로 안전하게 대피했다. 조계종 관계자는 “정기 회의를 하던 중 화재 경보가 울려 전원이 대피했으며, 현재까지 부상자는 없다”고 밝혔다.이번 화재는 조계사나 인근 불교중앙박물관으로까지 번지지 않아, 박물관에 전시 중인 국보 및 보물급 문화재 33점 역시 큰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불교중앙박물관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한 건물 지하에는 국보와 보물 등 귀중한 문화재가 전시돼 있었으나, 불길이 전시관과 수장고로 확산되지 않았다”며 “다만 연기 등으로 인한 피해 가능성을 고려해 문화재 이운 작업을 국립고궁박물관과 함께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이날 긴급 반출된 문화재는 총 8점이며, 이들은 국립고궁박물관 지하 수장고로 안전하게 옮겨졌다. 관계자들은 “박물관 안전이 확보되는 대로 문화재를 다시 전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전시된 국보와 보물급 유물들은 모두 유리 차단막 내부에 보관돼 있어 직접적인 손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소방 당국은 화재 원인을 천장에 설치된 에어컨에서 불꽃이 시작됐다는 목격자 진술을 바탕으로 조사 중이다. 이날 화재 현장에는 소방 차량 35대와 소방 인력 142명이 투입되어 신속하고 조직적인 진화에 나섰다. 오후가 되어 대응 1단계는 해제됐다. 이번 화재가 발생한 불교중앙박물관은 ‘호선 의겸: 붓끝에 나투신 부처님’ 특별기획전을 진행 중으로, 전국 사찰에서 모인 다양한 불교 문화유산을 보관하고 있었다. 박물관에 전시된 대표 문화재로는 국보인 순천 송광사의 ‘영산회상도’와 ‘팔상도’, 보물인 여수 흥국사의 ‘십육나한도’ 등이 포함돼 있으며, 총 33점에 달하는 국보 9점과 보물 9점이 포함된 귀중한 유산들이 전시되어 있다.불교중앙박물관장 서봉 스님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다행히 화재가 전시관과 수장고로 확산되지 않아 귀중한 문화재들이 안전하게 보존되고 있다”며 “앞으로 박물관의 안전과 보안이 확실히 확보된 뒤 문화재를 다시 모실 것”이라고 밝혔다.화재 당시 국제회의장에서는 정기회의가 진행 중이었으며, 회의 참석자들과 박물관 방문객 등 총 300명이 자력 대피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조계종 측은 이번 화재로 조계사 사찰 건물이나 박물관 주요 시설로 불이 옮겨붙지 않은 점에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다.소방 당국과 문화재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문화재 보존 안전 대책 강화와 화재 예방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는 추가 조사를 통해 밝혀질 예정이다. 한편, 문화재 보호를 위해 신속하게 이뤄진 이운 작업은 국가유산청과 국립고궁박물관의 협조 아래 진행되고 있다.이번 조계사 인근 국제회의장 화재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했지만, 신속한 대응과 시민 및 관계자들의 침착한 대처 덕분에 큰 인명 피해 없이 마무리됐다. 문화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어, 향후 재발 방지와 안전 관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