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러시아도 놀란 美-우크라 광물 협정…미 "러시아 침공" 명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5,000만 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를 공식 승인하면서 양국 관계에 중대한 전환점이 도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재임 이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미국산 무기 공급을 허용함에 따라, 미국의 우크라이나 정책이 러시아를 옹호하던 기존 노선에서 벗어나 점차 압박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포스트는 미국 국무부가 연방 상원 외교위원회에 우크라이나에 5,000만 달러 이상의 군사장비와 서비스 판매를 허용하는 ‘직접상업판매(DCS)’를 승인했다는 공문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 방산업체들이 정부의 중개 없이 직접 우크라이나와 무기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으로,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무상 지원 방식과는 결이 다르다. 국무부는 거래 세부 내용은 비공개로 유지하고 있어 어떤 무기가 제공될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러시아 정책 변화 신호로도 해석된다. 그는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바이든 행정부가 집행했던 600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패키지를 전면 중단하고, 이미 제공되었던 무기 수송까지도 멈췄다. 하지만 이번 DCS 승인은 미국산 무기가 다시 전장에 투입될 가능성을 열어놓은 셈이다.

 

이러한 전환은 지난달 30일 체결된 미국-우크라이나 간 광물협정에서도 예견된 바 있다. 해당 협정에서 우크라이나는 자국의 희토류 개발권 일부를 미국과 공유하기로 했으며,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무기 판매라는 방식으로 화답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정부 소식통은 이 협정을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첫 번째 실질적인 선의의 표시”라고 평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해당 협정을 “평등하고 역사적인 협정”이라고 표현하며, 곧 의회 비준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협정문에 ‘러시아의 침공’이라는 표현이 명시됐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이 전쟁 책임이 러시아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 변화가 공식 문서에 반영된 첫 사례로 주목된다.

 

그러나 이번 무기 판매는 이전과 같은 무상 지원이 아닌 상업적 거래 방식이라는 점에서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도 전략 조정이 필요해졌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이제 우리는 돈을 주고 무기를 사야 한다”며 “미국산 핵심 무기 확보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특히 자국에서 생산이 불가능한 정밀 타격 무기나 방공 시스템 등에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CNN은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더 이상 우크라이나 영토 추가 점령을 추구하지 않고 있으며, 기존 점령지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받는 형태의 종전 협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의 지속적인 압박과 국제 제재, 서방의 군사·경제 지원이 러시아의 전략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시사한다.

 

 

 

러시아는 이러한 미국-우크라이나 간 협정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정권을 굴복시켜 자국 광물 자원으로 미국 무기 대금을 지불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국부를 담보로 안보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정치 분석가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정을 통해 전쟁 지출의 정당성을 확보했고, 이는 러시아의 전쟁 목표 달성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앞으로 미국이 친(親)우크라이나 노선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정부 고위 인사들도 이번 협정을 양국 간 전략적 연대의 상징으로 강조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제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완전히 입장을 같이 한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와 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할 수 있는 카드”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날 베선트 장관과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워싱턴에서 광물 협정에 공식 서명했으며, 미국은 이 협정에서 처음으로 러시아 침공을 명문화했다.

 

이번 결정은 미국이 평화 협상에 대한 실질적 움직임 없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에 동시에 압박을 가하는 새로운 국면으로도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미국에 “러시아는 더 많은 희토류를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과의 광물 협력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자원 협상을 계기로 전략적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시도로 보인다.

 

미국의 무기 판매 승인과 자원 협정 체결은 단순한 경제 거래를 넘어, 국제 정세 속에서의 입지와 영향력 확보를 위한 외교적 포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우크라이나 정책을 이어갈지, 러시아와의 관계는 어떤 국면으로 접어들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SK그룹의 '자식 구하기' 혈투... 이번엔 SK에코플랜트에 4,800억 '수혈'

 SK그룹이 또 한 번의 대규모 사업 재편을 단행했다. 이번에는 SK에코플랜트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수혈 작전'이 핵심이다. SK㈜는 13일, 전날 이사회에서 SK머티리얼즈 산하 반도체 소재 자회사 4곳을 SK에코플랜트로 편입하는 사업구조개편안을 의결했다고 발표했다.이번 결정으로 SK트리켐(지분 65%), SK레조낙(51%),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51%)는 SK㈜의 현물 출자 방식으로,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100%)는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SK에코플랜트 산하로 들어가게 된다. 이를 통해 약 4,800억 원 규모의 자본이 SK에코플랜트에 투입되는 효과가 발생한다.편입되는 4개 회사는 모두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과 밀접한 소재 기업들이다. SK트리켐은 반도체 제조용 전구체, SK레조낙은 식각 가스,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는 OLED 소재,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는 반도체 포토 소재를 생산하는 전문 기업들이다. SK㈜ 측은 "SK에코플랜트가 기존 반도체 EPC 사업과 리사이클링 사업에 소재 분야까지 더해 반도체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는 성장 스토리를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러나 재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SK에코플랜트의 IPO를 위한 '생존 전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프리 IPO로 1조 원의 자금을 유치하면서 2026년까지 상장을 약속했다. 만약 이 기한을 지키지 못할 경우, 수천억 원의 위약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SK에코플랜트의 독자 상장이 어렵다고 판단한 SK그룹이 '고육지책'으로 우량 자회사들을 떼어내 SK에코플랜트에 붙이는 형태의 구조조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사실 이는 처음이 아니다. SK㈜는 지난해에도 반도체 가공·유통사 에센코어와 산업용 가스 제조업체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SK에코플랜트에 편입시켜 재무 건전성을 보강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이번에는 SK C&C가 보유한 30MW 규모의 판교 데이터센터를 SK브로드밴드에 약 5,000억 원에 매각하는 결정도 내렸다.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도로 진행되는 이러한 일련의 리밸런싱은 지난해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에 이은 두 번째 대규모 사업재편이다. 당시 합병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 부진으로 고전하는 SK온을 살리기 위한 조치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SK온은 지난해 3분기에 11분기 만에 흑자를 기록했으나 곧바로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다시 각각 3,594억 원, 2,99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SK그룹은 이처럼 그룹 내 주요 자회사들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과감한 구조조정을 이어가고 있다. SK㈜ 관계자는 "중복 사업은 과감하게 통합하고 시너지를 도출해 자회사 지분 가치를 끌어올림으로써 지주사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목표"라며 "앞으로도 자회사 성장을 주도하고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는 지주사 본연의 역할을 적극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